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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와인이야기] 잔을 바꾸면 와인이 더 맛있어질까? 등록일 2015.02.14 16:46
글쓴이 김민경 조회/추천 633/4

와인과 잔, 그 상관관계
<잔 모양에 따라 와인의 향과 맛이 달라진다.>

별 볼 일 없는 와인을 좋은 잔에 마시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좋은 와인을 그저 그런 잔에 마시는 것은 더 웃긴 일이다. - 프랑스 속담 –

와인, 그리고 그 와인을 담아내는 잔. 그 종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스파클링(샴페인)잔, 화이트 잔, 보르도 레드잔, 부르고뉴 레드잔, 디저트 잔 등 와인의 종류나 용도에 따라 어울리는 잔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여기에 더해 ‘리델’같이 유명 와인 잔 제조회사들과 전문가들은 포도 품종별로 어울리는 와인 잔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포도 품종에 따라 그 특유의 향과 맛을 보다 풍부하게 해주는 와인 잔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와인을 담아내는 잔은 이토록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와인 초보자들을 겁먹게 하기 일쑤이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과 모넬 화학적 감각 연구센터 (the Monell Chemical Senses Center)에서 근무하던 델위치(J.F.Delwiche) 박사와 펠쳇(M.I.Pelchat) 박사가 2000년 10월에 발표한 논문을 2002년에 해당 분야 전문지(the Journal of Sensory Studies)에 게재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잔의 모양에 따라 볼 윗부분에 모여서 갇히게 되는 아로마 성분들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와인의 향을 잔 모양에 따라 다르게 느낄 것이라는 가설하에 실험을 시작했다. 19세~43세의 여성 21명과 21세~58세의 남성 9명 등 총 30명의 와인 비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잔의 크기에 따라 코와의 거리가 달라지지 않도록 특수 고안된 장치를 이용해 블라인드로 사각 모양의 크리스탈 물잔, 일반 호텔에서 흔히 사용하는 하우스 와인용 와인 잔, 리델 샤르도네 잔, 리델 보르도 레드 잔의 4가지 잔에 미국 캘리포니아산 까베르네 쇼비뇽과 샤르도네를 각각 약 60ml씩 따르고 향의 강도(intensity), 과일향(Fruitiness), 산도(Vinegariness), 오크향(Oakiness), 곰팡내(Mustiness)를 조사했고 동시에 각 참가자의 화이트 와인 또는 레드 와인 선호도(Preference)를 실험 전에 조사하고 실제 실험 중에도 별도로 조사하는 방식이다.


• 실험에 사용된 4종류의 잔

• 잔 모양을 알 수 없도록 그리고 코와 잔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한 실험장치(이 실험장치에서 피실험자는 잔에 손을 대지 못하지만 소위 잔을 흔드는 기능만 허락된다.)

그렇다면 실험 결과는 그토록 와인 잔 제조 업체들이 강조한 결과와 같았을까.

실험 결과, 피실험자들이 와인 잔의 모양에 따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레드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레드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는 당연한 결과와 보르도 레드 잔에서 향의 강도를 약하게 느꼈고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곰팡이 향(Mustiness)에 대해 좀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즉, 좀 더 민감하게 느꼈다는 것, 그 뿐이다. 보르도 잔에서 향의 강도를 약하게 느낀 것은 보르도 잔 자체의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커서 코에서 와인까지의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론해본다. 곰팡내에 대해 여성들이 더 민감했다는 것은 좀 주목해볼 만한 항목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별다른 이유는 이 연구에 설명 되지 않았다. 그 외 다른 평가 요소들에 대해서도 잔의 모양과 어떤 의미 있는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즉, 와인 잔에 따라 향을 달리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니 포도 품종 별로 다른 와인 잔이 필요하다고 선전하는 와인 잔 제조 업체에는 별로 좋지 않은 결론이 난 셈이다. 이런 이유의 역발상으로 독일의 어떤 와인 잔 제조업체에서는 잔 하나로 모든 포도 품종의 향을 풍부하게 표현한다고 하면서 소위 만능 와인 잔을 만들어 시중에 내놓았을 정도다.

와인 잔의 모양은 아니지만 심리적 측면에서 접근한 연구도 꽤 흥미롭다.

1998년 보르도 대학의 신경물리학자인 브로세 박사(Frédéric Brochet)가 행한 연구가 그렇다. 그는 같은 와인이 담긴 두 개의 잔을 준비해서 하나는 굉장히 비싼 ‘고가와인’이라고 하고 나머지 하나는 ‘싸구려 와인’이라고 말해주고서 피실험자들에게 테이스팅을 시킨 결과, 대다수가 비싸다고 한 와인을 좋다고 하고 싸구려 와인은 좋지 않은 와인이라고 하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즉 기대에 부응하는 ‘플라시보 효과’를 와인 테이스팅에서도 갖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은 와인 자체의 품질보다는 라벨을 마시는 것이 된다.

유명하니까, 비싸니까, 잔 모양이 예쁘니까, 소위 전문가들이 좋다고 하니까 덩달아 기대감을 갖게 되고 여기에 사람의 뇌가 자연스럽게 반응하여 향도 좋고 맛도 좋다고 느끼게 되는 셈이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와인을 맥주잔에 따랐을 때는 와인 잔에 따랐을 때보다 향이 훨씬 덜 느껴진다는 것,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덩달아 맛에도 영향을 준다.

과학적으로는 맛의 70~80%를 향이 좌우한다니 이것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감기 걸렸을 때 입맛이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코에 콧물이 막혀 냄새를 제대로 맡을 수 없기 때문이라 한다. 실제로 코를 막고 단 맛과 신맛의 대표주자인 쵸콜렛과 레몬을 각각 주어 블라인드로 실험을 하면 피실험자의 대다수가 심지어는 그것이 쵸콜렛인지 레몬인지조차 분별을 못해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스파클링 와인을 일반 화이트나 레드 잔에 따라 마셨을 때는 왠지 톡 쏘는 거품의 느낌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엔 어느 정도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잔이 펑퍼짐해서 거품이 쉽게 빨리 사라지기 때문인데 고급 샴페인의 경우, 화이트 잔에 마시게 되면 통상의 샴페인 잔에 마실 때보다 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거품이 올라오는 장면을 오래 즐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만약 일반 가정에서 두 개의 잔을 가져야 한다면 스파클링 잔과 레드 잔, 각각 하나씩 갖는 것이 좋다. 세 개를 가질 수 있다면, 화이트 잔을 추가해 제법 와인 좀 마시는 티를 내볼 수 있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전문가들이나 와인 잔 제조업체가 권하는 포도 품종별로 멋지고 다양한 와인 잔을 죽 진열해놓고 와인을 마시면 분위기에 취해 당연히 향과 맛이 더 좋게 느껴질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향과 맛을 떠나서라도 디자인과 분위기를 즐기는 차원에서 다양한 와인 잔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결국,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출처 조선일보

와인잔1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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